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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일상에서 바다를 만나다'

우리는 바다인류, 호모 씨피엔스이다.

우리는 바다인류, 호모 씨피엔스이다                                                                                 

 

바다 없이 우리 없다

 

바다 없는 우리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바다가 없다면 우리 인류의 존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바다가 없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출현이 될 수 있었을까? 대답은 자명하다. 결단코 우리는 바다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바다인류라 부른다. 우리는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한다.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없이 살 수 없는 우리는 호모 씨피엔스(Homo Seapiens)가 아닌가 한다. 바다에서 나왔으며 바다가 결정하는 지구의 기후속에 살며 바다가 주는 식량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바다인류 즉 호모 씨피엔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바다라는 분야에서 공직을 31년여 기간을 마치고 공직을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내가 태어난 곳은 소양강 댐으로 막혀버린 소양강 지류가 산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강원도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곳에 위치한 붓당골이라는 산골의 화전민 마을이었다. 어린시절 바다라고는 그림에서만 보는 것이었고 바닷물고기도 왕소금에 절인 자반 임연수(우리는 이멘수라고 불렀다)와 고등어 밖에 모르고 살았다. 나 스스로도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이라 바다여행은 꿈도 꿀수 없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여수로 수학여행을 가서 바다를 보고 파도소리를 처음 들었다. 바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광활함과 찬란한 감정은 지금도 내 눈과 귀에 살아 있다. 그런데 1986년 첫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배정받은 기관이 해운항만청이었기에 바다와의 공식적인 인연의 시작이었다. 첫 인연이 이렇게 30여년의 공직과 지금까지의 생활로 이어져 바다와는 뗄 수 없는 바다사람(?)으로 살게 되고 지금의 호모 씨피엔스라는 책 까지 쓰게 되었으니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결정되는 듯하다.

돌아보면 우리는 바다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바다를 육지의 보조역할에 머무르는 대상으로 보아 육지의 쓰레기를 바다에 그냥 버리거나 폐수를 바다에 그대로 방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한 해안선의 직선화와 육지확장이라는 미명하에 그 귀한 갯벌을 마구잡이로 매립하였으니 최근의 UNESCO가 우리 갯벌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 등재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리 망가지고 헐뜯긴 갯벌도 세계 자연유산의 하나가 되었으니 자연그대로의 우리 갯벌은 얼마나 대단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인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안선은 15,000km에 달한다. 영토면적에 비해 엄청난 길이인데 이 해안선도 과거 100년 동안 20%정도 그 길이가 감소한 것이 그렇다. 바로 매립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바다를 확보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나라들이 있다. 중동의 요르단은 홍해 아카바만에 해안선 26km를 갖기 위하여 이웃국가인 사우디에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석유가 나는 유전지역을 양보하였다. 남미의 내륙국 볼리비아는 바다가 없어도 3월 23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며 바다 갖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렇게 귀한 바다를 우리는 삼면으로 가지고 있다. 참으로 행복한 나라인 것이다. 우리는 바다가 귀하고 소중한 중 알아야 한다. 유엔 회원국 195개국중 바다 한 뼘 없는 내륙국가가 45개국에 달한다. 내륙국가가 되어 보면 바다가 얼마나 귀한지 피부로 절감한다. 이 바다를 귀하게 대하고 보살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 이것도 바다에서 나왔어!

 

더욱이 우리의 일상생활은 바다를 떼 놓고는 말할 수 없다. 매일 매일 손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휴대폰은 전화 이전에 휴대용 개인컴퓨터이다. 그런데 이 컴퓨터의 인터넷 용어가 바다에서 유래하고 있다. 로그인이며 로그아웃, 다운로드와 업로드 그리고 포털 사이트 등 바다는 인터넷의 어머니인 것이다. 우리는 매일 정보의 바다를 서핑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다 없이는 인터넷도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는 바다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맛 좋은 모카커피는 커피를 수출입하던 예멘에 있는 모카(Mocha)항에서 유행하던 커피였다. 이제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할 것이다. 이 해외여행에 필수품 여권 Passport가 바로 바다항구에서 나왔다. 또한 TV나 라디오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앵커라 불리는데 이 앵커가 우리 바다사람들의 생존수단이자 생명줄인 선박의 닻인 것이다. 배가 표류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주듯 뉴스나 프로그램의 흐름을 잘 잡아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바로 앵커인 것이다. 학자들이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어원은 바로 ‘사바사바’ 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바사바가 바로 바다생선 고등어에서 나왔다. 또한 멍텅구리라는 말 또한 바다 물고기 이름에서 유래했으니 우리가 부지불식중에 많이 사용하는 일상용어 또한 바다에서 나온 것이 많고 또 많은 것이다. “어! 이것도 바다에서 나왔어!” 라고 놀라듯이 바다는 우리 일상에 알든 모르든 아주 깊숙히 들어와 있다. 이렇듯 바다는 한여름 피서를 가는 해수욕장이나 생선회를 먹을 때나 생각되는 바다를 넘어 일상속에 살아 숨쉬는 대상이다.

우리는 바다인류 호모 씨피엔스이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전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