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이 감산과 중국 수요 부진 우려로 들썩이면서 탱커(유조선) 발주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물동량 둔화로 탱커 운임이 계속 떨어지면서 시황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해운업계와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탱커 평균 일일 수익은 4만5027달러로 전주 대비 8% 떨어졌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일일 평균 수익은 5만158달러로 5% 하락했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탱커 운임도 30% 급락했다.
원유 감산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탱커 운임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감산으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요도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권국을 합친 23개 산유국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오는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이번 감산 합의에 따라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185만 배럴로 줄어든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LCC의 경우 활동성이 소폭 하락하면서 제한적으로 운임이 약세를 보였다. OPEC+의 대규모 감산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이 활동성에 영향을 줬다"며 "MR탱커 운임도 활동성 저하와 미국 중심으로 선복이 증가하면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이슈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요 부진 우려도 원유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의 소비가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해 경기 침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이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경기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
올 들어 조선업계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와 원유 수요 증가로 탱커 발주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이러한 기대감이 무색해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근 원유 시장은 수요 급감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상태"라며 "유조선 시황도 원유 물동량 감소로 인한 선복 수급 불균형으로 운임이 급락하면서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