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안 항만에서 45년 만의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오는 9월 30일의 데드라인을 놓고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용자단체인 USMX 간 임금 및 터미널자동화를 둘러싼 협상은 중단된 상태이며, 기간 내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싱가포르의 정기선 시황분석업체 라이너리티카(Linerlytica)의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파업이 확실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ILA는 포괄협상인 마스터계약에 앞서 현지 협상부터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잭슨빌과 탬파, 그리고 필라델피아 등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부두노동자와 사용자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10월 1일 이전에 새 마스터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파장은 메머드급이다.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ILA가 통제하는 미 동안의 14개 항만은 2023년 2,840만 TEU의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했으며, 매주 약 55만 TEU를 처리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되면 매주 글로벌 컨테이너선대의 1.7%가 운항 중단되고, 무기한 파업은 450만 TEU 이상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컨테이너선대의 15%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SBC는 미 동안 항만파업의 여파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로부터의 수입이 중단될 수 있으며 컨테이너 선단과 장비 부족을 둘러싼 문제가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SBC는 "미 동안 항만 파업으로 컨테이너선 용량과 컨테이너박스 부족이 재부각되고 운임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덴마크의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파업이 하룻동안 발생하면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하는 데 최소 4~5일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씨인텔리전스는 "10월 1일에 일주일 간 파업하면 11월 중순까지 항만에 심각한 '혼잡'이 발생할 것이고, 2주 간 파업하면 미 동안 항만은 2025년까지 정상운영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Maersk)도 최근 고객에게 보낸 공지문을 통해 항만이 일주일 간 전면 폐쇄될 경우 회복하는 데에는 4~6주가 걸릴 수 있으며, 파업기간이 길수록 잔여 업무와 지연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엔사인 프레이트(Ensign Freight)는 파업 발생시 D&D(Demurrage & Detention)가 누적돼 운송업체의 운영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업이 시작되면 동안 터미널은 수입컨테이너를 출고하거나 반품 및 수출을 할 수 없게 돼 D&D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파업에 대비해 운송업체들은 이미 미 서안 항만으로 항로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항만으로의 변경도 예상된다. 시스템통합업체 클레오(Cleo)의 산업솔루션 책임자인 프랭크 케니(Frank Kenney)는 미 동안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캐나다의 핼리팩스(Halifax)항과 몬트리올(Montreal)항을 통한 운송량이 상당폭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곳은 철도와 가까워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화물 운송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동안 항만 파업을 막기 위해 연방법을 적용할 생각이 없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가 17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파업을 막기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을 적용한 적이 없으며 이를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은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80일간의 냉각기간을 부여함으로써 국가안보나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분쟁에 개입할 수 있으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을 직장에 복귀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