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급락에 증기터빈식 LNG운반선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업계에 따르면 주로 성수기에 스팟시장에 투입되는 증기터빈 LNG선의 운임은 최근 하루 7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18년 이후 최저치이자, 선박 운영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현 상황에서 증기터빈 LNG선의 선택 가능한 방안은 계선(Lay-up), 운휴(Idle), FSU나 FSRU로의 개조, 해체 등 4가지다.
이 중 운휴의 경우 시황 회복을 기다리면 되지만 하루 1만 5000달러의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시황 전망도 밝지 않다. 내년과 2026년 매년 80척 이상, 즉 매주 한척 이상의 LNG 신조선이 인도될 예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운휴를 선택하는 것은 '베팅'에 가깝다.
레이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LNG선이 부족할 정도가 돼야 연료효율이 낮은 증기터빈식 LNG선이 구원투수격으로 스팟시장에 투입될 것인데 신조선 공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MOL은 지난 9월 선령 20년의 13만 7,661cbm급 모스형 LNG운반선 '두칸호'를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에 계류해 놓긴 했지만 월 2만~3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서안 해상에서의 LNG선 계류 비용은 월 1만 달러 내외로 이보다 좀 더 싸다.
FSU 등으로의 개조는 가능하지만 수요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대다수 노후 증기터빈 LNG선은 해체 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올들어 10월까지 3척에 불과했던 해체매각은 최근 12척으로 급증했다.
특히 SK해운이 5척의 증기터빈 LNG선을 해체매각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SK해운이 최근 한꺼번에 해체매각한 4척의 경우 척당 가격이 1380만 달러로 이전 매매가보다 크게 낮았다. 이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클락슨리서치는 연 12%로 예상되는 글로벌 LNG선대 확대에 맞추려면 내년에 매달 2~3척의 LNG선을 해체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LNG선의 평균 해체 척수는 연간 7척에 불과했다.
현재 증기터빈 LNG선은 230여척이다. 선복 기준 전체 LNG선대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증기터빈 LNG선의 비중은 2010년만 해도 67%에 달했으나 낮은 연비효율로 갈수록 시장에서 퇴조하고 있다.
한 LNG선 시황전문가는 "선령 20~25년의 일부 증기터빈 LNG선은 카타르~인도 항로의 단거리 노선이나 지중해 횡단 운항, 또는 FSU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그 기간은 5~7년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체 증기터빈 LNG선의 5%를 차지하는 선령 30년 이상의 LNG선은 조만간 해체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