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들어 벌크선과 컨테이너 운임이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벌크선 운임은 급반등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운임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장기적으로 두 운임 모두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4일 기준 1595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965보다 65.3% 급등했다.
BDI는 5월 23일 3369로 올해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약세였다. 그러나 9월에 접어들면서 연일 오르고 있다.
남미발 곡물 물동량 증가가 BDI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나막스급 운임 반등이 BDI 급등의 핵심으로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남미 지역의 곡물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대두 수출 확대를 통해 외환보유고 확충을 꾀하고 있어 9월 들어 수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해당 수역에서 선복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BDI 급등은 추세적인 상승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BDI의 핵심은 중국으로 가는 철광석 물동량인데 물동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항구 내 철광석 재고는 9일 기준 1억3700만톤으로 전년 대비 5% 높다.
정 연구원은 "단기간 내 원자재의 급격한 수요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므로 곡물 출하에 따른 계절적 성수기가 단기 BDI 반등 요인이라고 판단된다"며 "구조적 반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국 철강 경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컨테이너 운임은 6월 17일부터 1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일 2562.1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인 1월 7일 5109.6 대비 반토막났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를 SCFI 하락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컨테이너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전망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0.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선대 증가율은 3.4%로 물동량 증가율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급초과 현상은 오는 2023~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의 해운분석업체 MSI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2023년, 2024년 각각 3.2%,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선대 증가율은 약 7%로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하반기 미주와 유럽 항로 중심으로 운임 하락이 지속되고 2023~2024년에는 신조선 대량 인도에 따른 공급 압력 증가로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운임 하락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 도입에 따른 노후선 해체량이 공급 측면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EBN 이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