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긴 가운데 조선업계가 한화그룹이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상선 부문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주목하고 있다. 새 주인이 된 한화그룹이 상선보다 방산에 집중한다고 하면 상선 부문 경쟁이 현재 빅3 구도보다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서 체결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조선업계는 우선 대우조선해양이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 것을 환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우조선이 주인을 찾은 것은 긍정적이다. 한화그룹의 오너십을 기대해 볼만하다"며 "동종업계가 아니라 이종업계가 인수한 만큼 고용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선업계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이후 방산과 상선 중 어느 부문에 집중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산에 집중한다고 하면 상선 부문의 경쟁구도가 현재보다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빅 3구도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선박(특수선 제외·수주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한국조선해양(53.1%), 삼성중공업(26.1%), 대우조선해양(17.9%) 순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경우 빅 3가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111척 중 83척(75%)을 수주했다.
이 관계자는 "빅 3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3사 체제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늘 제기돼 왔다"며 "한화그룹이 상선, 방산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경쟁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도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이후 어떻게 적자 탈출에 나설지 지켜봐야 한다"며 "상선 부문 효율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민영화로 빅 3가 공정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선 수주 시장은 경쟁입찰이기 때문에 선주들은 낮은 가격을 써내는 조선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저가 계약 체결은 선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왔다"며 "그동안 주인이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자기자본과 비용을 들여 수주 경쟁에 임하면서 저가 수주를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을 등에 업고 수주에 나서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했다"고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찾은 만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사업하고 위험 부담도 지는 공정경쟁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