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시황은 불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국내 해운사들은 오히려 배를 늘리고 있다. 과거 한진해운 파산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우리 기업들은 운임이 조정기에 들어선 지금이 선복량을 늘릴 적기라고 판단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말이나 내년 중 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 중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7주 연속 하락했음에도 기존에 계획했던 약 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 규모의 선복량 확보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17일부터 하락을 시작했던 SCFI는 지난 21일 기준 1778.69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1월 고점인 5109.6에 비하면 65.19% 하락했다.
앞서 HMM은 2026년까지 기존 82만TEU인 선복량을 120만TEU까지 확대한다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HMM 관계자는 “회사가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는 변동이 없다”며 “지금 해운 시황은 조정기로 보고 있으며, 오히려 이럴수록 선복량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과거 한진해운 파산 사태 당시 무리한 구조조정이 국가 해운산업을 후퇴시킨 것은 물론 국내 해운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내려앉게 한 만큼 HMM의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현명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불황 때 배를 사들이고 호황 때 돈을 번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국내 조선사업은 물론 물류산업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MM 이외에 벌크선, 유조선 등을 주력으로 하는 해운사들 역시 본격적인 선복량 확보 및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벌크선 주력인 팬오션은 올해 하반기에만 액화천연가스(LNG)선 3척을 발주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팬오션은 벌크선 선복량은 유지하면서 LNG 사업을 위한 신규 선박 투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5일 기준 발틱 건화물선지수(BDI)는 1755로 고점인 5월 3369에 비해서는 47.9% 낮은 수치로 벌크선 역시 조정기를 보이고 있다. 시황은 좋지 않지만 오히려 지금이 사업 확대를 위한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해오던 LNG 사업 진출을 하반기에도 선박 발주를 통해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벌크선 시황도 어렵지만 선복량을 줄이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유조선 업계에서는 KSS해운이 눈에 띈다. KSS해운은 하반기에만 5만t(톤) 메탄올 추진선 등 2척을 인도받은 데 이어 내년 추가 발주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 시행을 앞두고 친환경 선박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SS해운 관계자는 “올해도 추가로 선박을 투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선복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IMO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