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 바다를 돌려주자. 바다시민 Seatizen이 되자.
서울은 바다의 도시, 항구도시였다.
한강하구와 김포를 통해 바다와 연결된 마포는 과거 서울 한성의 주요 관문 항구였다, 한강 바로 건너편 염창동은 뱃길을 통해 운반되어 온 한성시민의 소금수요를 대비한 소금 저장 창고였다. 광나루(광진구)와 잠실 나루는 지금도 그 이름에서 ‘나는 바다와 연결된 항구야!’라고 잊어짐을 아쉬워하며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량진도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 수군의 주둔지로서 한성을 수비하는 군사적인 기능을 가진 군항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 노량진에는 배를 관리하고 포구를 관리하는 도승(渡丞)이라는 관리가 상주하면 과천이나 시흥에서 한성으로 들어가는 연결나루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노량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시작역으로 의미도 있는 데 육지나 해상에서 매우 중요한 교통요충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항로는 지금이야 많은 댐으로 단절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연결되어 강원도 춘천과 충북 충주까지 선박이 운항되었다. 지금 우리의 수도 서울은 신곡 수중보, 그리고 한강하류의 DMZ로 인해 바다와 단절 아닌 단절이 되었지만 당연히 한강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더 당연히 서울은 바다의 도시이자 항만 도시였다.
바다 도시로의 부활과 노량진 수산시장
지금도 밀물과 썰물 때에는 한강의 수위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이러한 서울이 바다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라는 전통을 되살리는 사업인 동시에 세계에 천명하는 사업이다.
이제 육지의 개발과 정비만을 통해서는 미래 서울의 발전과 우리나라 중추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왔다고 본다. 이제 서울의 이미지를 육지에서 물과 바다로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단지 경인운하와 한강하구를 통해 물리적으로만 바다와 연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민의 마음과 생활이 바다와 연결되고 바다를 닮은 것으로 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량진 자체가 이름에서 보듯이 과거 수군이 주둔하던 군사항만이자 조운선의 기항지요 수산물시장이었던 것이다. 이 노량진에는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보면 바로 옆에 커다란 운동장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곳이 과거 노량진 시장터이다. 이 부지가 바로 서울을 바다의 도시로 되살리는데 아주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강과 연결되어야 하고 바다로 이어져야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바다를 맛보고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서울 속의 바다, 아니 서울을 바다의 도시로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민은 서울 ‘Seaty’에 사는 바다시민 ‘Seatizen’이다
또한 군사목적 등으로 조성된 신곡수중보와 하천관리목적의 잠실수중보에 대한 구조변경 등을 통해 선박의 운항과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이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들여다 볼 때가 되었다. 한강에 커다란 선박이 운항하고 크루즈 선박과 요트가 기항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신이 날 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런던 템즈강이나 파리 세느강을 직접 가보면 명성에 비해 이 정도로 작은 강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우리의 한강은 템즈강이나 세느강 보다 훨씬 잠재력이 큰 강이다. 유럽 여행을 가서 템즈강, 세느강 그리고 다뉴브 강을 보면서 왜 우리의 한강은 저리 안 될까 하는 생각은 가진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한강을 바다와 연결시키고자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바다를 잊고 살아서이다. 한강을 보면서 홍수관리와 상수원으로 상류로만 고개를 돌렸지 더 중요한 하류와 바다를 잊었던 것이다. 이제 서울에 바다를 되돌려 줄 때이다. 서울에서 바다를 느끼고 체험하는 진정한 해양 도시 서울의 부활과 한강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서울은 바다의 도시 ‘서울 Seaty’이고 서울 시민은 ‘바다시민 Seatizen’이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전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