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돈스코이와 정로환(征露丸)
정로환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배 아플 때 한번 씩은 먹었던 약으로 작고 검은 알갱이에 냄새는 별로인... 물론 요즘은 겉에 달달한 것을 씌워서 맛도 좋습니다.
1904-1905년에는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조선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우리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 간에 이어지던 전운이 깊어져 드디어는 러일 전쟁이라는 한반도와 중국에 대한 이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유럽의 강국 러시아와 아시아의 신흥 강자 일본 간에 벌어진 극동의 권리를 두고 벌어진 전쟁이다.
이 전쟁은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돈스코이호가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하면서 일본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 돈스코이호는 수십조에 달하는 금괴가 실려 있다 하여 논란이 되고 사회문제가 되었던 바로 그 배이다.
그런데 '돈스코이' 라는 말은 몽골의 일족인 타르타르를 물리쳐 오늘날의 러시아를 있게 한 러시아 모스크바 대공의 이름으로 러시아의 영웅이다. 돈스코이 호는 당시 세계 최강의 러시아 함대였던 발틱함대의 군수물자 선박으로 일본해군에 쫒겨 블라디보스톡으로 피항 하다가 결국 울릉도 인근에서 자폭하여 스스로 수장의 길을 선택한 선박이다. 러시아의 영웅인 돈스코이 대공이 수장된 돈스코이호를 본다면 대성통곡 할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정로환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것도 일본해군에서 말이다.
당시 선상생활의 문제는 바로 먹는 물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니 당연히 먹는 물과 음식의 보관이 문제여서 선상생활을 하는 수병들은 배앓이를 달고 살았던 것이다. 비단 이것은 일본수병만이 아니라 러시아나 다른 나라의 수병들이 않고 있던 공통의 고질이었다. 당연히 일본의 해군 수병들도 오랜 선상 생활로 복통과 배앓이에 시달리곤 했는데 바로 이 복통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당시로서는 신약중의 신약이 바로 정로환이었다. 이 정로환으로 일본 수병들의 복통이 사라져 사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애초 정로환의 한자는 러시아를 정복한다는 의미로 정복할 정자를 사용하여 정로환('征'露丸)이었다. 얼마나 일본이 러시아와의 한판 대결을 승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다짐했으면 일본 해군 수병들이 먹던 배앓이 약 이름이 러시아를 정복하자는 의미의 정로환 이었던 것이다.
일본이 당시 상대도 되지 않으리라던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에 승리한 이유는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영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러시아 발틱 함대의 수에즈 운하 통과 금지와 양질의 석탄 공급을 방해(당시의 선박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증기 엔진 선박이었다)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덕도 크지만 여하튼 일본의 러일 전쟁 준비는 철저하게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이 신약 정로환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자 이름이 변화되어 지금과 같은 정로환('正'露丸)이 되엇다. 물론 이제는 일본도 정로환의 한자를 우리와 같이 바를 정자로 변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바다에서 나온 일상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참으로 우리는 바다 인류 호모 씨피엔스(Homo Seapiens)입니다. 배앓이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