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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손 놓은 삼성중공업, 생존 전략은?

경쟁력 저하 우려 속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강화해야"

 

 

한화그룹과 HD현대가 각각 세계 2, 3위 저속엔진 제조사 인수에 나서자, 삼성중공업의 다음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선박 핵심 기자재인 엔진을 국내 경쟁사들이 자체 생산하게 되면서, 엔진 사업부가 없는 삼성중공업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경쟁사들의 엔진 제조사 인수가 완료된다면 삼성중공업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심장 품은 BIG2…"당장은 영향 없어"

 

이같은 우려는 한화의 공격적인 인수 행보가 불을 지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채 마치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선박엔진 점유율 2위 기업 HSD엔진 인수까지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기존 HD현대와 경쟁했던 STX중공업 인수 결정을 철회하고, 보다 인수 가능성이 높은 HSD엔진 인수를 택했다.

 

이로써 HD현대만이 보유하던 엔진제작 능력을 갖추게 돼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가능한 밸류체인 구축을 앞두고 있다. 한화는 한화임팩트를 통해 오는 4월 2269억원 규모의 HSD엔진 인수 본계약을 체결, 3분기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도 기존 엔진 사업부에 더해 중소형 선박엔진 제조업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엔진사업 다각화에 돌입했다. 업계 예상대로 지난 2일 진행된 STX중공업 매각 본 입찰에도 단독 응찰하면서 인수는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과 인수 전 부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용 엔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 기술에 더해 중소형 선박엔진 사업 부문을 추가해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STX중공업 인수가 완료되면 선박 내부 형태에 따라 보조엔진을 공급하는 등 발주사 니즈에 맞춰 더욱 다양한 선박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별다른 변화 없이 기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도 끝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한화의 HSD엔진 인수가 완료된다 해도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단순 계산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연간 제작하는 선박을 다 합하더라도 HSD엔진의 생산량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HSD엔진은 연간 120여개의 선박 엔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연간 선박 생산대수가 평균 40여대 수준(도합 80여대)이라는 점에서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엔진 수급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단순히 HSD엔진의 전체 공급량만을 감안하더라도 엔진 수급에 차질이 생길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인수와 관련된 여러 내용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자체도 별도 법인이다. 당장 우려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친환경 선박 수요…생애주기서비스 중요성↑

 

그러나 업계는 쉽게 불안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내 중공업 비중이 경쟁사 대비 크지 않다는 점과 올해 수주 목표액도 대우조선해양보다 2조원 낮은 8조원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HD현대와 한화가 엔진 제작 능력을 강화하면서 납기 문제와 매출 안정성 문제에서 이점을 가져가게 됐다. 또 환경규제 강화로 엔진 사업부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친환경 엔진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엔진 사업부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엔진 사업부의 부재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는 선주사들이 탄소배출 규정을 저속운항을 통해 해결해 왔지만, 이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대규모 선사의 친환경 선박 비중은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70% 이상이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돼야 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진 제작업체를 갖추는 것은 친환경 연료 전환에 있어서도 굉장히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라며 "한화가 HSD엔진을 인수한 배경도 기본적으로 선박 연료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엔진사업부가 있어야 된다는 인식이 자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친환경 선박이 발주됨에 따라 앞으로는 운항 선박과 엔진 발전 시설에 대한 생애주기서비스(LCA)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박을 제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수리·보수 역량도 갖춰야 해 엔진 제작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중공업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압도적 1위 한국조선해양과의 경쟁구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도 삼성중공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HSD엔진과 맺은 친환경 엔진 개발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을 인수하더라도 삼성중공업과 친환경 엔진 공동 개발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은창 연구위원은 "한화 입장에서도 삼성중공업과 협력하지 않으면 HSD엔진을 인수한 시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거제도에 도크를 두고 있는 만큼 양사가 협력한다면 협력이 더 잘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통 큰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