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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생각하는 전국 방방곡곡(坊坊曲曲)과 진진포포(津津浦浦)

3월에 생각하는 전국 방방곡곡(坊坊曲曲)과 진진포포(津津浦浦)

 

 

과거 해외에서 열리는 중요한 스포츠중계를 들으면 조금 흥분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안녕하십니까? 전국 방방곡곡에서 계신 국민 여러분....” 이라는 고전적인 표현이 기억이 난다.

 

만약 이 경기를 일본 아나운서가 중계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표현이 다 같겠지만 ‘전국 방방곡곡에...’가 ‘전국 진진포포에 ..’ 로 바뀔 것이다.

 

방방곡곡은 한자가 보여주는 의미 그대로 산골 구석 구석이나 골짜기 골짜기를 의미한다. 반면 진진포포는 한자의 뜻이나 느낌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닷가 나루터 나루터 해안 지역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진(津)은 군사적으로 요충지에 해당하는 해안가나 강가 지형에 붙여진 것으로 부산진, 강화도의 양화진이나 초지진, 서울의 노량진 등이 그 사례이다. 포(浦) 라는 지명은 주로 어업, 상업 또는 조운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지역이었는데 전남 목포나 인천 제물포, 나주 영산포, 서울 마포 해안가 많은 지명에서 보입니다.

 

나주 영산포나 인천 제물포의 현재의 위치를 보면 어떻게 바다와 연결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영산포는 영산강을 통해 선박이 드나들던 호남의 대표적인 포구중 하나였기에 왕건의 수군이 후백제의 나주를 점령할 때 이 포구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제물포도 지금이야 매립이 되어 그 흔적만이 보이지만 염연히 바닷가에 있는 포구였다. 이들 영산포와 제물포를 포함하여 전국의 많은 ‘포’와 ‘진’의 이름을 가진 지역들이 근.현대에 들어서 엄청나게 바다를 메꾸는 매립이 이루어진 지역이거나 과거에는 강에 하구둑 같은 구조물이 없었던 까닭에 선박들이 강을 따라서 밀물과 썰물 시간대인 조수시간에 맞추어서 강을 거슬러 쉽게 운항할 수 있었던 곳이다.

 

같은 의미로 영국이나 미국의 지명에서’Oxford’ ‘Stanford’처럼 ford(우리말로는 ‘여울목’ 정도로 번역된다)가 들어간 지명이 많은데 이러한 곳은 대부분 강이나 해안가의 만이 있는 지형으로 인근에 나루터가 있었거나 포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그러고 보면 서양 이름에 ‘포드(ford’)가 들어간 성씨를 가진 사람들은 아마도 그 조상들이 해안가나 강가에 살았거나 직업이 뱃사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방곡곡과 진진포포의 차이는 단순히 용어나 지형의 차이를 넘어 우리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바다를 보는 시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육지 지향형 국가였고 민족이었다고. 대륙 지향형으로 살아왔던 우리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 우리는 싫든 좋든 중국의 영향아래에 있어왔고 그러기에 군사. 경제. 문화적으로 중국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섰던 기간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광복 이후 해양과 해외로 눈을 돌린 최근 4-50년이 아마도 역사상 우리가 중국을 능가한 보기 드문 아니 유일무이한 시기라는 데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가 이를 100년으로 늘리기 위해 아니 최소한 다시 거꾸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바로 기회와 미래인 바다로 눈 크게 뜨고 가야한다.

 

지난 주는 3.1절이었다. 방방곡곡과 진진포포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바다에서 일본을 이기는 길은 듣기 좋은 말이나 구호가 아니고 우리가 일본보다 바다를 더 잘 알고 소중하게 여기고 더 실력을 길러 능가하면 된다.

 

'전국 방방곡곡에 계시는 국민여러분' 우리 모두 이제 골짜기구석구석을 나와 바다로 가야 할 때입니다. 주저하거나 꾸물대지 않고 더 늦지 않도록.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전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