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누리길과 해양관광
걷기좋은 계절, 봄이 왔다. 겨우내 굳어있던 몸을 풀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데는 트레킹 만한것이 없다. 우리 주변에 가깝게는 공원이나 냇물 또는 강변을 끼고 초록색 새싹과 갖가지 꽃을 감상하며 걸을 만한 장소는 많이 있다.
한편, 이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과 느낌을 주는 해안 누리길은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걸을 때 다른 장소보다는 훨씬 더 지친 몸을 달래고, 마음의 힐링을 크게 얻을 수 있다.
해안 누리길은 해안경관이 우수하고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해 걷기여행에 좋은 해안길 중 해양수산부가 해양관광진흥을 위해 선정한 길이다. 한국해양재단은 지난 2010년부터 해수부와 함께 해안걷기여행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공모를 받아 전국해안을 U 자로 연결하고자 선정한 “걷기 좋은 해안길”로 총 58개노선을 지정하였으며,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앱’을 개발하여 58개 해안누리길 노선정보와 주변맛집, 숙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안누리길 안내체계구축사업’도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안내표지판과 편의시설 설치에 필요한 예산을 매칭펀드로 제공함과 아울러 디자인컨설팅도 체계적으로 지원 한바 있다. 다시 말하면, 어촌 등 해안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안누리길을 조성해서 지역경제활성화와 해양문화, 환경 인문에 관한 인식제고에 기여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 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삼면이 바다이고, 14,000km의 해안선 길이, 3천 3백개의 도서, 3천 800개의 어촌마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양관광을 해양산업의 중점분야로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사회문화적 이유 또는 안보상의 문제로 닫혀있던 바다를 보다 폭넓게 사용해야 한다. 바다를 국민들이 여가와 관광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크게 배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동절기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수익모델 창출의 어려움, 생태환경 훼손의 민감성으로 인한 각종규제, 바다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 등은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해양선진국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관광 및 레저의 행태가 내륙에서 해양쪽으로 이동한지 오래 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해양관광 참여비율은 45~55% 수준이며, 활동장소나 행태도 비치에서의 해수욕에서 벗어나 레저잠수, 윈드서핑, 요트 및 크루즈 등 점차적으로 해양·해중·해저로 해양관광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양관광의 주요 구성요소가 어촌관광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어촌이 관광으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해왔고, 어촌 관광의 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도 컸다고 할 수 있지만, 전문성과 다양한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과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할 리더십이 형성되어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확실하고 탄탄한 내수기반의 확보없이 해양관광이 활성화 될 수 없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재단이 펼쳐왔던 ‘해안누리길 활성화 사업’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을 통해서 해양관광의 탄탄한 기반이 되게 하고,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해양여가 및 해양 안전, 해양 스포츠가 필수적으로 교육되고 직접체험을 하도록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해양관광,레저부문에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다양한 시설유치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강구해 나간다면, 해양 문화가 있고, 볼거리,놀거리,즐길거리가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어촌, 어항, 해안지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