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을 아시나요!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1996년 제정되었으니 올해로 28번째인데 같은 해 출범한 해양수산부 신설과 맥을 같이한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열린 제 1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하였으니 참으로 우리 바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도 소중하게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또한 5월 31일은 장보고 대사가 완도에 청해진을 세운 날이기도 하기에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고 유서 깊은 날이다.
나는 1996년 당시 해운항만청 인사담당자여서 대통령의 훈.포장 수여식 준비관계로 부산의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였는데,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하는 당시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흥분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모습과 느낌이 눈앞에 있는 듯이 생생하다. 바다의 날 제정과 해수부 신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대륙과 육지 지향의 나라에서 이제 바다로 그 항로를 돌린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참석자들이나 그 소식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YS의 기념사 중에서 “오늘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는 대륙의 끝이 아니라 태평양의 시작입니다.”라는 대목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가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볼 때 느끼는 가슴이 뻥 뚫리는 그런 감정과 시각의 전환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것이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열린’ 한반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바다의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5.22일, 영국은 6.8일로 각기 역사적으로 바다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날을 바다의 날로 기념한다. 전통적인 대륙국가 중국도 정화가 항해를 떠난 7월 11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일본은 7월 3째 주 월요일이 바다의 날인데 특히 이 날이 공휴일이다. 우리로 보면 소위 빨간 날로 월요일이기에 당연히 황금의 3일 연휴이다. 그러기에 일본인 모두가 바다의 날을 기억하고 또 즐긴다. 일본의 바다의 날 제정이유에는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고 해양국 일본의 번영을 기원한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일본이 바다를 보는 시각을 잘 나타내 준다.
우리나라는 일본 못지않게 경제와 기후와 생활에서 바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바다를 떼고 우리 한반도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런 면에서 우리의 바다의 날이 수십 개 국가 기념일중의 하나로 일반국민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관심속에 지내 보내는 것은 많이 아쉽고 또 안타깝다. 일본이 바다의 날을 통해 바다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일본은 그렇다고 생각해도 바다 한 뼘 없는 남미의 내륙국가인 볼리비아가 3월 23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그것도 공휴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원래 볼리비아는 태평양 연안을 가진 해양 국가였으나 1883년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태평양 쪽에 있는 우리 남한 면적 정도의 땅과 해안을 빼앗겨 내륙국이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볼리비아 국민들은 지금도 바다의 날에는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잃어버린 바다를 기억하고 기필코 언젠가는 바다를 회복하리라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볼리비아가 남미 최대의 호수 티티카카호에 수십 척의 해군 함정과 수천 명의 해군전력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언가 있다가 없어져 보면 그 소중함과 빈자리를 더 크게 깨닫게 된다. 볼리비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울림은 매우 크다. 볼리비아는 내륙국이지만 진정한 바다의 나라라 불릴 만하다.
이제 다시 바다의 날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인 올해 바다의 날 기념식이 바로 경주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경주에 바다가 있었나’ 라고 할 정도로 그동안 우리에게 내륙 도시로 생각되어지던 경주가 ‘진정한 바다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이를 천명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경주시의 새로운 해양 도시로의 탄생과 경주 호(號)의 성공적인 항해를 위한 전속 항진(full ahead)을 응원하고 기원한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