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와 현대베트남조선이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현대미포도 MR탱커 위주의 수주 및 건조를 통해 턴어라운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현지법인인 현대베트남조선(HVS, Hyundai Vietnam Shipbuilding)과 이원화된 전략은 빠른 실적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유조선 발주량은 168척(1330만DWT)로 집계됐다. 이 중 석유제품선(Product Tanker)은 118척(900만DWT)이 발주됐는데 이는 최근 10년래 최대 규모다.
이에 반해 컨테이너선과 LNG선은 올해 들어 발주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LNG선 발주는 30척으로 지난해 연간 발주량(184척) 대비 크게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379척이 발주됐던 컨테이너선도 올해 상반기 91척에 그쳤다.
발주량은 줄었다. LNG선은 카타르에너지(QatarEnergh)가 올해 하반기 중 약 40척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도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방식의 대형선 위주로 발주가 지속되고 있다.
유조선 시장은 원유운반선보다 MR(Medium Range)탱커, LR2(Long Range2)탱커 등 석유제품선 위주로 발주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특히 아프라막스급 크기의 LR2탱커는 DWT 기준 전체 석유제품선 발주량의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8만DWT급 크기의 LR1(Long Range2)탱커에 대한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다. MR탱커와 LR2탱커 사이에 위치한 LR1탱커는 LR2탱커와의 가격차이가 좁혀지면서 특수한 시장을 제외하고는 외면받을 것으로 전망돼왔다.
LR2탱커와 달리 LR1탱커는 통항료가 저렴하고 병목현상이 적은 구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석유제품에 대한 장거리 운송 수요가 늘어나는 올해 들어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척의 LR1탱커가 발주됐는데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석유제품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선박 수주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HD한국조선해양은 총 11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 중 석유제품선은 35척으로 컨테이너선(29척), LNG선(18척)을 제치고 척수 기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조선업계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유조선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HD한국조선해양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선박가격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석유제품선 발주량 증가는 현대미포조선의 턴어라운드 시기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2분기 585억원의 영업손실을 신고하며 HD현대중공업(678억원), 현대삼호중공업(622억원) 등 HD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지속했다.
2~3년 전 일감확보를 위해 피더 컨테이너선을 다수 수주했다. 이후 후판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현대미포의 실적 악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박가격이 오른 후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올해 하반기에 현대미포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HVS(Hyundai Vietnam Shipbuilding)와 ‘투트랙’ 전략을 통한 수주 및 건조에 나서는 것도 향후 턴어라운드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현대미포는 조선소 도크에서 선박 폭이 32m 정도인 MR탱커를 병렬건조할 경우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MR탱커가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폭을 가진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달 7500대의 자동차를 운송할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PCTC, Pure Car Truck Carrier) 4척을 수주한 것은 사상 최고가라는 수익성 측면도 있으나 선박 폭이 33m 정도로 병렬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HVS는 MR탱커에 이어 LR2탱커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수리조선소로 시작한 HVS는 이후 신조 전환과 함께 벌크선 건조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아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MR탱커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6월 말에는 HVS 설립 이후 처음으로 LR2탱커를 인도했다. 길이 249.9m, 폭 42.4m, 높이 21.5m인 이 선박은 지난 2021년 6월 영국령 버진아일앤드(BVI) 소재 엘란드라(Elandra)로부터 수주한 4척 중 첫 호선이다.
현재 10여척의 LR2 수주잔고를 보유한 HVS는 기존 MR탱커와 함께 선형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LR2탱커는 현대미포에서 병렬건조가 어려운 만큼 HVS를 중심으로 수주 및 건조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HVS가 제시하는 선가는 중국 조선업계보다 높고 현대미포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고 싶지만 중국 대비 높은 선박가격으로 고민하는 선사들에게 현대미포가 품질을 보장하는 HVS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