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의 지분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HMM은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세금 약 7조 원이 투입돼 회생에 성공한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로, 코로나19 기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2~3년간 축적한 현금만 12조 원에 달하는 알짜 메가선사로 재탄생했다.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이번 매각지분은 총 3억 9879만 156주로서 현재 해진공과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이다. 최근 HMM의 주가(주당 1만 7,000원선)를 감안하면 매각가는 6~7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매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체 자금이 적어 대부분 사모펀드 자금을 대거 동원한다는 인수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자체 인수자금은 최대 1조 5,000억 원에 불과해 HMM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4~5조 원 가량을 사모펀드(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수 밖에 없다.
통상 사모펀드들은 내부수익율을 10%이상으로 설정하고, 수익을 실현하면 엑시트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정상화된 HMM이 찢어지고 내부 축적된 자금 12조 원이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 인력보다는 수익성을 우선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이럴 경우 어렵게 회생한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HMM이 다시 망가지는 처참한 상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산은과 해진공은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기업보다는 HMM을 더욱 성장시킬수 있는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계 선사에 매각하는 것이 타당치 않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우리는 이번 HMM 매각에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못한 이유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조 6,800억 원 규모의 주식 전환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매각대상 지분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1억 9,879만 156주에 올해 10월 조기상환 예정인 1조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2억 주가 추가로 발행돼 총 3억 9879만 156주(38.9%)가 된다.
또한 내년부터 2025년까지 HMM이 영구채를 단계적으로 조기상환을 결정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은 1조 6,800억 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어서 인수자가 38.9%의 지분을 이번에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은 약 32%의 지분을 다시 확보함에 따라 또다시 2대 주주가 된다.
여기에 인수자들이 큰 부담을 느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 졸속으로 추진되는 HMM 매각에 대해
1. 우리는 재무적투자자(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없고, HMM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무적 투자자에게 막대한 인수자금을 빌리면 결국 HMM에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코 올바른 매각이 아니다.
2. 재무구조가 튼튼한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토록 유도할 것을 촉구한다. 해운업은 특히 부침이 심한 산업이다. 장기간 불황이 오더라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모기업이 튼튼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현금이 HMM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현금여유가 별 없는 기업이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경우 '승자의 저주'가 올 것을 우려한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에 급급하기보다는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시간이 늦춰지더라도 제대로된 주인을 찾아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3년 8월 28일
(사단법인) 한국해양기자협회